중개 없이 계약서만 써도 사기방조 — 대법·서울중앙지법 잇단 판결, 중개사가 지금 정비할 5가지
왜 이 판결들이 중개사에게 결정적인가
지난 7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중개 행위 없이 전세계약서만 작성·교부해도 공인중개사법상 주의의무 위반이며, 대부업체가 입은 손해에 대해 사기방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임대인·임차인을 대면하지 않고 대리인 말만 믿은 계약서 작성이 전세대출 사기에 결정적 수단이 됐다는 이유다. 사건은 울산지법으로 파기환송됐다.
이어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지난 8월 31일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중개사·중개법인·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건에서 중개사 측 책임을 각각 60%(1억800만원)와 70%(8400만원)로 인정했다. 1심이 40%로 본 판단을 항소심이 60%로 끌어올려 자판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중개사는 임차인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선관의무와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중개사가 지금 정비할 5가지
- 얼굴 안 본 계약은 거절한다. 임대인·임차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은 전세계약서 작성은 하지 않는다. 대리인이 올 때는 인감증명이 첨부된 위임장·신분증 사본·본인 통화 녹취 3종을 반드시 확보한다. 대법 판결은 '대리권 확인 조치 부족'을 사기방조 과실의 핵심 근거로 봤다.
- 중개 실체 없는 계약서 작성·교부 금지. 지인 부탁·동업자 요청으로 '서류만 떼 달라'는 요구는 전부 거절한다. 중개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계약서 교부는 그 자체로 공인중개사법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됐다.
- 선순위 보증금·건물가액을 서면 수치로 남긴다. 다가구·신축빌라는 등기부·전입세대열람·건축물대장·공시가격을 교차 확인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숫자로 적어둔다. 중앙지법은 "건물 가액과 선순위 보증금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점"을 60% 책임의 주된 사유로 들었다.
- 신탁부동산은 수탁자 동의서 원본을 받는다. 임대인이 아닌 수탁자(신탁회사) 명의의 임대 동의서를 요구하고, 신탁원부·수익자까지 확인한다. 복사본·사진 전송본은 받지 않는다. 재판부는 "동의서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70% 책임 사유로 지목했다.
- 협회 공제증서로 끝났다고 보지 말라. 소송의 공동피고에 중개법인·협회가 들어가 있어도, 공제 한도를 초과한 배상분은 중개사 개인에게 돌아올 수 있다. 수수료 수십만원짜리 계약에서 억 단위 배상 리스크가 열려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의심 거래는 수임 자체를 거절하는 쪽이 안전하다.
주의점
이 판결들은 '전세사기를 몰랐더라도' 선관의무·설명의무 위반이 있으면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이 인정된다는 흐름을 분명히 했다. "속아서 작성해줬다"는 변명이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반대로 대면 확인·대리권 확인·근거자료 교차 체크를 성실히 수행했음을 입증하면 책임이 축소될 여지가 커진다. 당장 중개사무소에서는 대면 원칙·대리권 확인 서식·확인·설명서 수치 기재를 사무소 내규로 서면화해 두는 것이 실무상 가장 큰 방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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